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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터키

괴레메행 장거리 버스에 오르다.

 

 

 

아타튀르크 묘소와 한국공원도 가보려고 했으나 괴레메행 버스예약시간이 촉박하여 다시 지하철을 탄다.

아쉬티 앙카라 오토가르 도착하니 시간 여유가 있다.

모든게 처음인 곳, 특히 예약한 차를 타야하는 상황에서는 미리미리 가 있는 게 마음 편하다.

잘못하다가 차를 놓쳐버리면 감당해야 하는 그 난감함이란.

 

 

 

 

 

'아쉬티 터미널'을 알리는 안내표지

 

 

 

 

 

 

오토가르의 3층은 승강장이고 1층에는 음식점, 가게, 화장실등의 편의시설이 있다.

슈퍼에 들어가 아이란(터키요구르트)과 물, 몇종류의 과일을 산다.

 

출발하기 전에 밥좀 먹으려고 우리의 패밀리레스토랑과 비슷한 곳에 들어가 사진을 보고 밥과 소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시켰다.  커다란 빵 두개와 감자튀김 왕창, 밥, 다진 소고기 서너 조각,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리웠던 밥을 한숟갈 뜨니 오잉~ 이건 무슨 맛? 덜익은 듯한 식감의 밥알이 입안에서 돌아다니고 뭘 넣었길래 맛이 시큼시큼하다.  다음은 고기. 비쥬얼은 먹음직스러운 함박스테이크인데, 이것 또한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적응하기 힘든 맛이 났다.  향신료가 발달한 곳이다 보니 보도 듣도 못한 것들을 첨가한 것 같다.  

 

그 순간 아~~ 여행의 난코스! 음식이 복병이구나!

어려서부터 먹어 온 각인된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음을 그 한접시의 음식에서 번뜩 깨닫는다. 

 

터키인들이 즐겨 마시는 아이란도 느끼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플레인 요구르트인데, 이상하게 느끼하다.

그나마 담백한 빵과 감자튀김은 괜찮았다.  저녁식사이므로 겨우겨우 반정도 들이 밀고, 나머지는 싸달라고 했다.

가격이 8천원이나 하니 남기고 갈수는 없었다.  싸갖고 간 빵은 나중에 컵라면에 넣어서 불려 먹었다. ㅠㅠ

 

놀란 속을 가라앉히기 위해 즉석에서 짜주는 오렌지주스를 한잔 시켰다. 양이 꽤 많았는데 단숨에 원샷 때렸다.

 

 

 

 

 

 

 

아쉬티 오토가르 내의 화장실

볼일을 본 후에는 수도를 틀어 저 컵같은 통에 물을 받아 변기에 부어야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3층 대기실로 올라가 자리를 잡는다.

수첩을 꺼내 오늘 느꼈던 것을 끄적거리고 있는데, 옆자리의 총각이 힐끔힐끔 훔쳐본다.

웃으면서 이름과 직업을 물어봤더니 영어는 문외한인지 잘생긴 얼굴로 웃기만한다.

혹여 놓칠까봐 불안한 마음에 차가 출발하는 곳을 연신 왔다리 갔다리 한다. 

 

한 가족이 짐보따리를 들고 온다. 선한 눈을 한 남자와 말수 적은 부인, 어린 아들(한 5세정도 돼 보인다). 

커다란 눈에 짙은 속눈썹의 아빠는 어린 아들을 살뜰히 챙긴다. 아이는 부모의 보살핌을 잘 받고 자란 듯 구김이 없다.

거대한 몸집의 여자는 남편에 비해 나이가 들어 보인다. 나도 식구가 생각나 한동안 그 가족을 빙그레 바라본다.   

그들도 차시간이 촉박해 밥사먹을 시간이 없었는지 사들고 온 싱거운 빵을 연신 뜯어 먹는다.  

 

한 아저씨가 와서 의자에 앉더니 과자와 물을 먹는다. 옆에서 쳐다보자 먹으라며 권한다.

잘생긴 청년이 가슴에 손을 얻고 정중히 사양한다. 그들은 거절의 표시로 가슴에 손을 얹고 웃음띤 얼굴로 살짝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이 참 공손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과자를 먹던 그 아저씨, 행색이 남루해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따뜻한 친절에 선입견 가졌던게 미안해진다.

 

괴레메행 버스가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모양이다.

옆의 잘생긴 청년이 이번 것 타면 된다고 알려준다. 착한 청년 안녕!!!

 

 

 

 

 

 

 

차에 오르니 그 꼬마가족이 내 앞자리에 앉는다.

옆자리는 까칠해 보이는 터키여자. 꾸밈새가 멋 좀 부리는 여자같았다.

인사만 살짝하고 가는 내내 한마디도 안한다.

얘기 좀 나누고 싶어서 껌을 두차례나 건넸는데도 받기만 하고는 바로 냉랭모드.

도중에 먼저 내렸는데 무표정하지만 시크하게 인사는 하더라.

 

 

 

 

 

 

 

맑은 하늘에 갑자기 쏟아진 비

국지성 소나기.

 

 

 

 

 

 

뒷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저 두 사람을 이틀 뒤 '셀축'에서 다시 봤다.

그때는 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줄 몰랐는데, 이 글을 정리하면서 보니 여행 루트가 나와 비슷했던 것 같다.

 

 

 

 

 

 

가도가도 끝없는 평원이 펼쳐진다.

 

 

 

 

 

구름이 예술이다

 

 

 

 

휴게소 근방의 호수.

 

 

 

 

 

휴게소

 

 

 

 

 

 

밀밭 밀밭...

아담한 마을도 보이고

 

 

 

 

 

 

산의 주름이 멋지다.

나무가 없어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평원의 집

저들은 무엇으로 일용할 양식을 얻을까?

밀농사? 가축?

 

 

 

 

 

 

 

길을 건너는 양떼

다 건널때까지 버스가 기다려준다.

장시간의 지루한 이동이라 다들 신기해 하며 쳐다본다.

 

 

 

 

 

 

간간이 보이는 마을.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벌판은 끝없이 이어지고~

괴레메는 언제쯤 도착하게 될까?

 

 

 

 

 

 

앞자리의 저 꼬마는 가는 내내 잠도 안자고 울다가 웃다가 난리도 아니었다. 웬만한 어른보다도 에너지가 넘친다. 주위 사람들의 고통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아빠.  아오~~빡쳐!

 

5~6시간동안 한번을 안자고 부산을 떨다가 막판에는 차안이 떠나가도록 울어제껴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정신이 혼미했다.  ​아부다비발 비행기에서의 그 아랍가족 이후로 짜증 지대로다.

가지고 있던 껌을 쥐어주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몇번의 정차 후 허허벌판에 서서히 기암괴석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괴레메에 가까워 온 것이다.

도착한 것 같은데 안내멘트 한마디 없어 여기가 거긴지 내려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유명한 여행지에 걸맞게 왁자한 도착멘트정도는 날려줘야 하는거 아닌가? ​

몇몇 중국 여자들이 내리기에 눈치껏 따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