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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네팔

네팔 카투만두를 향하여

 

5월15일

 

6시 30분에 숙소 앞에 모였다. 지프차를 불렀다고 한다. 초우라스타 광장에는 일하러 가는 사람, 등교하는 학생, 산책하는 사람등 일찍부터 북적북적하다. 짜이 한잔씩하며 여유를 부리는 이들은 대체로 남자들이고, 주위 눈치 안보고 다리꼬고 앉아 홀짝이는 여자들은 대부분 여행자들이다. 현지 여자들은 거의 안보인다. 

 

흠이 "짜이 한잔 하실래요?'해서 

‘얘가 왠일이래? 돌아갈 때가 되니 사람 돼 가네~’   

"그러면 일행들한테도 한잔씩 돌려요~~" 

500짜리를 내니 짜이장사가 잔돈이 없다고 한다. 또 나를 쳐다보며 단골멘트 ‘10루피 없으세요?’ 한다. 이젠 있어도 없는 것이다. 다시 다른 멤버에게 "10루피 없으세요?’  물어보고는 쿠사리 한바가지 들어가며 기어이 잔돈을 얻어서 지불한다. 그러면 그렇지 왠일인가 싶었다.​

 

그 사이 지프가 도착했다. 내려가는 것 또한 올라올때만큼이나 오래 걸린다. 머무는 동안 내내 안개가 내려 앉아 전경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는데, 내려가는 동안 서서히 걷히면서 차밭이 온전히 드러나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도중에 운전수가 차를 세운다. 뒷바퀴의 바람이 빠져 갈아 끼워야 한단다. 그 사이 우리는 볼일 볼 곳을 물색한다. 다즐링 일대는 온통 차밭이라 군데군데 집들이 몇채씩 자리하고 있다. 바로 길가 주택 이층에서 여유롭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가 있어서, 올려다 보며 화장실을 써도 되냐고 물어보니 long or shot?라고 되묻는다. shot만 허락하려고 그러나? 다행이 화장실이 밖에 있었다. 나무와 철판으로 대충 엮어놓은 화장실은 나름대로 소박하면서도 깔끔했다. 과감하게 물어본 덕에 급했던 세 여인들도 덩달아 잘 해결했다.

 

세 시간 여를 달려 인도 네팔 국경지역, 카카르비타(kakarbhitta)에 도착했다. 다리만 통과하면 바로 다른 나라인 것이다.

외국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만하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한 작은 사무실에서 여권에 도장을 받고 컴퓨터 카메라로 얼굴을 확인한다. 다시 이동하여 immigration이라고 씌여진 규모가 있는 건물에 도착한다. 비자를 받기 위해 출입국 서류를 작성하고 증명사진을 부착해서, 25달러와 함께 제출한다.

 

​별 문제없이 비자를 발급 받고 다시 시내 여행사로 가 짐을 맡기고 네팔화로 환전한다. 인도돈 1루피가 우리돈 17.5원인데,네팔돈 1루피는 12원으로 네팔이 훨씬 물가가 비싸다.

 

이제 17시간 걸리는 카투만두행 야간버스를 타야한다. 지금은 1시!  5시에 출발을 한다니 남은 4시간여의 시간을 어딘가에서 보내야 한다. 일단 허기부터 해결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녀본다. 가는 식당마다 메뉴판이 없어 뒤쪽의 골목으로 가 훑어보다

 

그 중 메뉴판도 있고 실내도 깨끗한 한 곳으로 들어간다. 둘은 에그누들 둘은 믹스드누들을 주문한다. 역시 인도보다는 네팔음식이 입에 맞는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대로변 구멍가게에 자리를 잡는다. 맥주2병 시켜서 나눠 마신다. 내가 가서 안주로 과일을 사왔다. 우리나라 뷔페에 가면 늘 있는 그것. 얼린 것이나 생이나 맛이 똑같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시내 한바퀴 돌아보는 싸이클릭샤를 탄다. 1시간에 200루피를 달라기에 미모의 여인(?)임을 어필하여 40분에 100으로. 합의를 본다. 마르고 검게 그을린 노인이(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힘겹게 페달을 밟는 모습은 보니 마음이 편치않다.

1시간 앞당겨져 4시에 차가 출발한다는 전갈이 왔다. 3시 30분에 가까스로 알려주더란다. 간식으로 치즈굳힌걸 사려고했으나 한조각 달라고 해서 맛을 보니 잘못하다간 이빨 하나 나갈 것 같이 단단하고 아무맛도 없다. 모양만 보고 샀다가 그냥 다 버릴뻔 했다. 물만 한병 사서 차에 오른다. 고생길이 시작된 것도 모른채.

 

버스에서 물과 간식(과자)을 나눠주고 비록 바로 끄긴 했지만 영화도 잠시 틀어줬다. 에어컨도 빵빵하고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에 앉아 즐거운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이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앞사람은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뒷사람은 의자 좀 접으라 하고. 휴게소에 닿기 한참 전부터 에어컨 작동이 안돼,

우리는 찜통속의 고구마 꼴이 되어가고 있었다. 천장 군데군데에 작은 선풍기가 달려있긴 했지만 그마저 내자리까지는 바람이 잘 오지도 않고, 더위를 식히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창문이라도 열어서 비록 뜨거운 바람이라도 통풍이 되면 숨통이 틔일텐데  통유리라 열지도 못하고... 휴게소마다에 있는 화장실은 와우~ 냄새~

 

희박한 공중도덕관념으로 시간이 지나자 버스 통로엔 온갖 쓰레기로 가득찼다. 제시간에 가도 17시간인데, 카투만두에서 시위를 하는 통에 기약없는 정체로 산등성이를 따라 꼬리를 문 차들은 몇시간이고 꼼짝을 안한다.

 

밤이 되어 잠을 자라고 시동도 끄고 에어컨도 껐는데, 이건 뭐... 말이 안나온다. 덥고 좁고 더럽고, 삭신도 쑤시고, 무엇보다도 좁아서 옴싹달싹 못하는 게 가장 큰 고역이었다. 모두들 불만 가득한데 하소연 한번 시원하게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인도에서 카투만두로 넘어갈 때에 절대로 버스는 비추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절대로 비행기를 타시라~

 

이건 뭐 고행의 길이라고 봐야한다. 그래도 현지인들은 별불만없이 순응하고 아이들도 칭얼거림 한번 없다. 그 와중에도 길잡이는 잠바까지 입고 잘도 잔다. 나중에 들어보니 자다가 눈이 너무 아파 눈물을 한차례 닦았다고 한다. ㅋㅋㅋ

 

인도의 있는 그대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가지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건 볼때마다 화가난다. 버스에서나 기차에서나 릭샤에서나 창밖으로  페트병등 온갖 쓰레기를  휙휙 집어던지는 모습은 도저히 못봐주겠다. 여행객들도 덩달아 집어던진다.  끊임없는 계도가 필요하다.

 

 

 

 

 

 

 

 

다즐링에서 묵었던 숙소

네팔로 향하기 위해 지프를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을 쓰게 해준 남자

 

 

 

 

 

 

산골의 바깥 화장실이었지만 나름 깔끔했다.

 

 

 

 

 

 

 

다즐링 산등성이의 굽이굽이 차밭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과자를 챙겨와 꼬마들에게 나눠주는 센스를 잊지 않은 왕언니​

 

 

 

 

 

 

 

내려오는 내내 온통 차밭이었다.

 

 

 

 

 

 

 

 

이 다리를 사이로 이쪽은 인도, 저쪽은 네팔이다.

 

 

 

 

 

 

 

 

지옥의 카투만두행 버스를 타기 전 섭취한 볶음국수

 

 

 

 

 

 

 

힘겹게 릭샤를 끄는 남자  ;;

 

 

 

 

 

 

21시간이나 숨막히는 버스 안에 갇혀 있어도 미소를 잃지 않아요

 

 

 

 

 

 

버스에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이 되었어요.

밤새 버스에서 다리를 못펴서 미칠지경이고 덥기는 하고 그런 상황에서 잠이 올리가 없어요.

생지옥은 바로 이럴때 쓰는 표현이에요. 

 

카투만두로 올라가는 고갯길은 이미  주차장.

조금만 가면 되는데, 여기에서 딱 멈춰서서 꼼짝을 안해요.

 

몇시간을 꼼짝을 안하니까 다들 내려서 바깥 공기도 쐬고 볼일도 보고 해요.

자주 있는 일인지 별 불만 표출을 안해요.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