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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네팔

포카라에 가다

 

 

5월 17일 포카라 첫날

 

새벽 6시에 모여 버스를 타고 포카라로 향한다. 버스를 타기 전 짜이 한잔씩 하며 정신을 차려본다. 오랫만에 깨끗한 버스를 탔다. 그러나 차 안이 쓰레기 천지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버스에는 빈자리가 많아 넓게 앉아 갈 수 있었다. 느긋하게 바깥 풍경을 즐긴다.

 

이번에는 정차하는 휴게소도 깨끗하다. 서구식 커피판매대도 있다. 사람들은 냉커피, 나는 라씨. 이번에도 7시간이라는 만만치않은 여정이었으나 어제 그 생고생에 비하면 그 정도 쯤은 새발의 피다. 부슬부슬 흩날리던 빗방울이 포카라에 진입하자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차에서 내려 호텔에 들어가는 그 짧은 동안에 옷이 축축하게 젖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호숫가로 나가본다. 잔뜩 덮였던 구름이 걷히더니 와우~ 저멀리 히말라야 연봉의 일부가 슬쩍 보이는 게 아닌가? 살짝 보이는데도 자태에 압도당한다.

 

메인거리를 걷다가 전통악기를 들고 있는 무리가 있어 호기심에 어디서 연주하냐고 물어봤더니 저녁에 '부메랑'이라는 식당에서 전통춤 공연을 한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보니 메인 거리에 접해 있어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거리를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갔다가 공연시간에 맞춰 부메랑으로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넓은 홀에 손님은 나 혼자.

커리와 차한잔을 시켜놓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낮에 보았던 아저씨와 일행은 악기를 연주하고 젊은 무용수들은 음악에 맞춰 전통춤을 춘다. 그 식당의 전속 무용수들인지 춤사위와 표정에서 감흥보다는 일을 한다는 무미건조함이 느껴졌다. 공연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자 손님들도 차기 시작한다.

 

그 식당에서는 연주보다는 20대초반으로 보이는 웨이터가 기억에 남는다. 작고 귀엽게 생긴 그 웨이터는 들어왔을때부터 친절하게 맞아주더니 연신 주변을 맴돌며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다. 그는 본분에 충실했을 뿐이었겠지만 혼자 돌아다니는 늙은 동양여자에게는 작은 배려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술한잔 기울이며 어눌한 영어로나마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밤이다.

 

 

 

🟦 포카라 Pokhara 🟦

네팔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이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한 전초기지, 포카라는 해발 800m 정도의 낮은 구릉에 자리잡고 있지만 시내에서도 7,000m급 설산이 잘 보이는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포카라는 때로는 네팔과 동일시되며 사시사철 여행자와 트레커들이 대자연의 장쾌함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특히 깨끗한 페와 호수 phewa lake 는 수면에 비친 아름다운 설산의 모습으로 전 세계 사진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포카라 최고의 명소 중 하나다.

 

인도와 카트만두의 지독한 매연과 대기오염에 질린 여행자들에게 포카라의 청정함은 또 다른 매력. 날씨가 청명한 가을철에는 이곳이야말로 자연과 문명이 조화를 이룬 샹그릴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최근 들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무분별한 개발과 물가 상승이 겹쳐 여행자 구역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이 있지만 긴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에게 포카라는 여전히 편안한 휴식처다.

 

 

🟦 페와 호수 Phewa Lake 🟦

포카라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한 전진 기지라면 페와 호수는 포카라의 심장이다.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 넓이가 약 4.4km에 달한다. 여행자 거리로 유명한 레이크사이드는 바로 페와 호수 동쪽면의 호반 지역이다. 때문에 포카라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싫건 좋건 페와 호수를 볼 수밖에 없다.

 

호수에서 배를 타며 바라보는 설산은 포카라를 여행하면서 빼놓아서는 안될 최고의 볼거리다. 또한 수질 보존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 최고의 깨끗함을 자랑한다.

 

배만 타기 심심하면 호숫가에 있는 작은 섬에 상륙해보자. 비슈누의 멧돼지 화신인 바라히를 모신 작은 사원과 숲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설산 또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기로 유명하니 빼놓지 말 것. 페와 호수 주변의 여러 선착장에서 보트를 대여할 수 있는데 꽤 비싼 요금을 제시해 놓았다. 미리 가격을 알아보고 흥정을 해야한다.

 

 

🟦 국제 산악 박물관 international mountain museum 🟦

 

2004년 개관한 산악 전문 박물관. 산악 국가인 네팔을 대표하는 박물관 중하나로 약6만㎡의 부지를 자랑한다. 네팔에 사는 각 민족의 의상 및 생활양식,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세계 최고봉들의 전문 사진들, 지형과 식생, 동식물 등 히말라야에 대한 전 분야를 전시해 놓았다.

 

무료로 틀어주는 에베레스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볼만한 가치가 있으니 놓치지 말자. 제법 넓은 구역에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어서 제대로 둘러보자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가, 텐징 노르가이(1915~1986) 🟦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올랐던 사람은 뉴질랜드 출신의 에드먼드 힐러리 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힐러리와 함께 올랐던 사람이 있었으니 텐징 노르가이 세르파입니다. 텐징은 짐꾼인 세르파라는 이유로 힐러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텐징 역시 세계최초 에베레스트 둥정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텐징은 1915년 에베레스트 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 타메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이름은 남걀 왕디. 고산지역 출신답게 어려서부터 야크떼를 몰며 해발5,000m 정도는 거뜬히 오르내렸답니다.

 

18세 때 삼촌을 따라 인도 다질링으로 간 텐징은 우유배달부, 찻잎 채취, 릭샤왈라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 결국 등반 포터가 되는데요, 타고난 체력과 성실함으로 명성을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답니다.

 

1952년 세르파들을 총 지휘하는 시다 sirdar 자리에 올랐고 이듬해 다시 영국 원정대의 일원으로 참가해 에드먼드 힐러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게 됩니다. 세계 등반사에 영원히 기록될 그 날은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이 일로 텐징은 일약 네팔의 국가적 영웅이 됩니다.

 

이후 텐징은 인도 다질링에 건립된 히말라야 등반 학교에서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습니다. 22년간 등반 학교에서 일한 뒤 텐징은 1986년 다질링의 집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텐징의 아들인 잠링 노르게이가 1996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아버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페와 호수

 

 

 

 

 

 

 

 

 

 

 

 

저멀리 웅장한 자태가 얼핏 보인다.

 

 

 

 

 

 

 

 

 

 

 

 

'부메랑' 전통무용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