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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터키

성터에서 내려다 보는 사프란볼루의 전경!!

 

 

 

다음날 아침. 가방을 정리하고, 머리를 감고 정성스레 화장을 한다. 평소에는 잡티만 가리는 정도로 대충하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햇빛이 작열하는 지중해 아니던가? 선크림에 비비크림까지 치덕치덕 떡칠을 한다.

 

이곳은 남자나 여자나 모자 쓴 모습을 도통 볼 수가 없다. 여자들은 머플러를 두르지만 그것도 종교적인 이유에서이지 햇빛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닌것 같고. 우리처럼 피부가 잘 타지 않는 모양이다. 

 

모자는 안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썬그라스는 필수로 착용한다. 하얀피부, 뚜렷한 이목구비에 썬그라스를 착용한 자태는 화보에서나 본 듯한 세련미가 있다. 한국 아줌마인 나! 줄기차게 모자를 쓰고 다닌다. 누가봐도 여행객이라는 티 팍팍내면서. 도시에서는 오히려 평상복차림으로 자연스럽게 하고 다니는 게 사기꾼들의 타깃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침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간다. 식당에는 어제 뜨거운 물을 갖다 주었던 직원이 혼자 TV를 보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스탄불에서처럼 한끼 제공되는 식사로 하루를 버티기 위해 과식을 하면 절대 안된다는 걸 상기시키고, 적당해 담는다. 음료는 우유. 두번째로 먹는 터키음식으로 그들의 일상식이 대충 감이 잡힌다.

 

그 직원과 얘기 좀 해보고 싶어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지만 괜히 방해하는 것 같아 그만둔다. 용기부족. 식사를 마치고 커피잔을 들고 밖으로 나가 나무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긴다. 커피에서 cai향이 진하게 난다. 여기는 커피에도 차이를 섞어서 마시나? 여유로움이 좋아 한잔 더 타러 간다.

 

다시 가서 보니 뜨거운 물 통에 꼭지가 두개 있었는데, 하나는 cai가 나오고, 다른 하나가 그냥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맹물 대신 cai에 커피를 탄 것이었다. 우째 이런일이! 그 바람에 커피 한잔, 차이를 두잔이나 더 마셨다. 

 

한가로운 아침 시간을 즐기며 다시 대화를 시도하려고 그 직원이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나오자마자 담배를 피워 물고는 밖으로 내빼더니 그 후로 감감 무소식이다. 어제 잠시였지만 뜨거운 물도 갖다주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따뜻한 마음씀씀이에 찬바람 일던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는 그저 업무의 일환이었겠지만 첫날부터 난항을 겪은 쓸쓸한 여행자한테는 더할 수 없는 위로로 다가왔다.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다시 오늘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베낭을 꾸린다. check out하러 카운터로 간다. 어제 전화로 버스를 예약해 준 직원이 있다. 아직 못 본 곳을 돌아보기 위해 짐을 맡기고, 2시 경에 돌아오면 그때 오토가르까지 데려다주기로 한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 받는다.   

 

 

 

 

 

 

 

밖으로 나와 성터로 간다. 입장료를 내고 비닐덧신을 신고 들어가는 성터 박물관은 그저 평범하다. 여행서에도 나와 있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으나 그저 예전의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골동품 몇개 갖다 놓은 전시관일 뿐이다. 오히려 호젓하여 조용하게 사색하기 좋은 바깥의 전망대가 좋았다.

 

 

 

 

 

 

 성터(Kale) 

 

마을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성터는 지금은 그 이름이 무색할 만큼 조용한 분위기이다. 성터로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노란 건물은 1904년에 지어졌던 관청 건물로 1976년 화재를 입어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나 그 후에 다시 재건한 것으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노란 관청건물을 돌아 오른쪽으로 난 길의 한 쪽으로 튼튼해 보이는 돌기둥의 시계탑을 볼 수 있다. 시계탑은 오토만 제국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돌 기둥과 목조 지붕의 경계에 놓여져 있다. 

 

 

 

 

 

 

예전에 사용하던 식기와 생활도구를 볼 수 있다.

 

 

 

 

 

 

옛 터키인들의 복식양식을 엿볼 수 있다.

 

 

 

 

 

 

 

예전에 관청건물이었다고 하는데, 집무실 환경도 보존해 놓았다. 유명한 정치인이었던 듯.

 

 

 

 

 

 

성터에서 내려다보는 샤프란볼루의 전경은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하얀 담에 진한 나무 색의 목조 창틀과 붉은 색 지붕을 가진 집들이 마치 장난감 블록처럼 모여 있고 마을의 진지 하맘에서 솟아 오르는 연기와 높게 솟은 사원의 미날레는 샤프란볼루의 독특한 전경을 이룬다.

 

 

 

 

 

 

시원한 바람,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의 전경. 고즈넉하여 혼자 생각하기 좋은 장소이다.

그래서인지 얼굴을 바짝 맞대고 속삭이는 연인들이 유독 많았다. 혼자임이 더욱 부각되는 시간이다.

 

 

 

 

 

 

 

성터에서 내려오다가 마주친 터키일가족. 사진 찍자고 하여 흔쾌히 응한다. 어딜가나 관심의 대상이다. 이럴 때 멀리까지 왔다는 실감이 난다. 생김새가 비슷한 동남아쪽만 갔어도 이런 집중은 못 받았을 것이다.

 

 

 

 

 

 

내려가는 길. 바닥이 온통 돌로 깔려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패턴의 돌길이 고가옥과도 잘 어우러져 운치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