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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터키

카파도키아에서의 일박(一泊)은 너무 짧았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에 나가기 전에 베낭을 미리 꾸려놓아 2시간여 남은 야간버스시간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숙소 근처를 돌아다녀본다. 안내서에 나온 유명한 항아리케밥집도 근처에 있었다. 우리의 호리병 같은 도자기에 케밥 재료를 넣고 입구를 막아 익힌 후에 깨뜨려서 먹는 그 지역 명물인데,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 통과한다.

 

숙소여주인의 터키인 남편은 영화배우 뺨치게 인물이 출중하다. 남방에 청바지, 평범한 차림인데도 어딘지 세련돼 보이고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며 선이 뚜렷한 이목구비는 누가봐도 안구정화되는 훌륭한 외관이다. 한국인인데도 어딘지 몽골족이 연상되는 여주인이 그 모습에 반했으리라는 것이 충분히 짐작이 된다. 커다란 개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벤치에 앉아 몇자 끄적이고 있는데, 함께 투어했던 한달째 유럽여행 중이라는 여학생이 케밥과 콜라를 사와 함께 먹자고 한다. 아유~ 착한 아가씨! 주방에서 칼과 컵을 빌려와 세개를 반씩  갈라 여섯개로 만들어 함께 나눠 먹는다.  케밥은 특유의 향내가 안나고 우리의 햄버거와 비슷해서 거부감이 없다.

 

 

 

 

 

마론 스톤 하우스

터키인과 결혼해서 터를 잡은 한국인여주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한국인이 그리우면 이곳에 숙소를 잡으면 된다.

 

 

 

 

 

 

남편의 고향이 카파도키아이고 부모님이 운영하던 것을 물려받아서 한다고 들었다.

숙소가 아기자기하고 깨끗하다.

 

 

 

 

 

 

내가 묵었던 도미토리. 이층침대가 세 셋트 놓여있다. 도미토리가 이정도로 깨끗하다면 얼마든지 장기투숙도 가능하겠다. 우리가 체크아웃하고 나갈때 인도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도 혼자 여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맞은편의 이인용 객실. 좀 더 비쌀것이다.

 

 

 

 

 

 

숙소의 조식이다. 올리브, 버터, 과일, 햄, 각종쨈, 시리얼등

우리처럼 지지고 볶는것 없이 꺼내서 차려놓기만 하면 되는 것들이어서 간편해 보인다.

그래도 뭔가 풍성하니 한국여인의 야무진 손길이 느껴지는 정성어린 식탁이다.

 

 

 

 

 

 

숙소에서 키우는 dog. 덩치는 산만한데 짖는 소리를 한번도 들을 수 없었던 순둥이이다. 귀여워서 다들 한번씩 만져주고싶어한다. 

어제 투어를 함께 했던 젊은피들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 서로가 스스럼이 없다. 저녁에 일잔하자는 약속을 잡기도 하면서 끓는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고조된 기운이 느껴진다. 역시 여행은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숙소앞

 

 

 

 

 

숙소앞에서도 보이는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어제 밤에 차에서 내린 여행객들이 우루루 몰려 갔던 여행안내소

 

 

 

 

 

 

저녁 7시경에 출발하는 야간버스 시간이 다가와 거제도남녀와 함께 OTOGAR로 간다. 얘기하다보니 차편과 다음 행선지가 같았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매운게 땡긴다고 하니 여자가 대뜸 베낭에서 튜브에 담긴 볶음고추장을 꺼내준다.  느끼함을 달래줄 소중한 코리안소스를 그렇게 덥석 주다니 미안하고 고마웠다.

 

 

 

 

 

 

오토가르에는 다음 행선지로 떠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각국의 여행자들로 북적북적하다. 후즐근하지만 자유로움이 온몸에서 느껴지는 각국의 베낭족들 틈에 끼어 있으니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30년 전만 해도 만만치 않은 비용도 문제려니와 베낭여행이란 말 자체가 낯설었다. 하긴 그때도 여유있는 집 애들은 유럽등으로 럭셔리 여행을 다녀오기는 했었다. 

한 써클 후배는(그때는 동아리를 그렇게 불렀다) 방학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와서 득템해온 악세서리들로 온몸을 치장하고 나타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비교적 골고루 경제상황이 좋아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여행을 한다. 

 

그때 반팔 반바지 차림의 남자가 반갑게 다가온다. 어제 거제도남녀와 함께 투어를 했다는 의사이다. 열몇시간 걸리는 동쪽 끝 어딘가로 간다고 한다. 어제 투어도중 일행중 한명이 탈진해서 쓰러지다시피했는데 그의 적절한 응급조치로 무사했다고 한다. 그렇지않아도 숙소주인이 그에 관한 얘기를 했었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장면이어서 박수라도 쳤어야 했는데, 다들 맹숭맹숭 반응들이 없었다고.. 잠깐 일을 쉬면서 여행중이라는 그 청년의사! 미담을 들으니 더 멋있어 보였다.

 

 

 

 

 

 

숙소에서 준 귀여운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