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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인도

카주라호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떠나다

 

 

 

동부사원군을 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어제 라씨를 먹었던 식당에서 빈대떡(파라타) 비슷한 것 한 장을 시켰는데, 어찌나 짠지.

 

숙소에 돌아오니 오전10시. 좀 쉬었다가 짐을 챙겨 1층 로비로 내려간다. 체크아웃은 낮 12시, 떠나야 할 시간은 밤 9시, 중간의 기나긴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그 숙소에서는 맛사지서비스가 있었다. 왕언니가 받는다기에 이번 여행의 모토 ‘안해 본 것 무조건 체험해보기’로 한 나도 신청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 웃기는 상황이 연출됐다.

 

맛사지라고 하면 장미꽃까지는 아니어도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향긋한 오일향이 풍기는 아늑한 공간에서의 꿈같은 서비스를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건물의 옥상, 두평 남짓한 허름한 방에는 낡아빠진 침상 두 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는 더위를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으로 힘없이 덜덜거린다. 혼자였다면 뛰쳐 나갔을텐데, 왕언니도 있고하니 어떤식으로 하는지 두고 보기로 한다.

 

중년의 여인과 그의 한참 어린 동생 둘이 번갈아가면서 하는데, 연륜이 있는 언니는 그래도 전문가다운 손길이 느껴지는데, 이 젊은 동생은 의욕만 앞서고 기술은 부족해 손길이 거칠다. 마지막 코스인 머리에 오일을 뿌릴 때는 머리카락을 거의 쥐어뜯다시피 해 정신이 반쯤 나갈 지경이었다. 도중에 정전이 되어 그나마 돌아가던 선풍기마저 멈추니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중노동이라도 하는듯 땀을 비오듯 쏟는다. 그러나 그들이 흘린 땀에 비해 비용은 턱없이 저렴하다. 더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일 것이다. 머리에 오일을 범벅한 채로 한동안 돌아다녔는데, 휘발성 성분 때문인지 의외로 시원함이 느껴졌다.

 

맛사지까지 받았는데도 시간이 남아 밖으로 슬슬 나가본다. 시장쪽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가본다. 동네마다 공동 뻠뿌가 있어 아낙들이 물을 길러 온다. 덥고 기력이 딸려 뻠뿌가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예외없이 모여드는 동네 꼬마들. 종합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남자아이가 있어 엄지를 치켜세우며 잘 그린다고 하자, 어디론가 가더니 역시 종합장을 들고 있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다. 펼쳐보니 가족들의 얼굴, 동물, 집등을 야무지게도 그려놨다. 평상시에도 그렇게 종이와 연필을 쥐고 있는걸 보면 그림그리기를 아주 좋아하는 꼬마인 것 같다. ​그 마음 오래도록 간직해서 여러 사람에게 힐링이 되는 그림을 그리길 바래본다.

 

두명의 남자아이가 근처에 사원이 있다며 안내해주겠다고 한다. 아직 아이들이라 순수함을 믿고 따라가본다. 가면서 하드 하나씩 사주려고 하니 5명 중 2명만 먹겠다고 한다. 사원에 대해 설명을 듣고(동네에 있는 사원이라 아이들도 약간의 지식이 있다) 그 중 제일 적극적인 아이가 자기네 집에 가자고 이끈다. 아빠는 몇 년 전에 일본에서 요리사로 일을 했고 엄마와 누나도 있다고 하니 일단 여자들이 있다는데 안심하고 따라가 본다.

 

집에 들어서니 어두컴컴한 방에 아빠 엄마 누나가 누워있다. 한창 더운 시간이라 활동을 못하고 쉬는 중인 모양이다.

남의 집에 그것도 이방인이 예고도 없이 불쑥 쳐들어가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그들은 싫은 내색 없이 몸을 일으킨다.

아빠는 이가 다 썪었고 엄마는 몸집이 거대하다. 낡은 가재도구가 어둠속에서도 궁핍함이 엿보였다.

 

짜이를 대접하겠다며 꼬마가 부엌으로 들어간다. 어린 남자애가 뭘하나싶어 미안한 마음에 따라가 본다. 부엌의 가재도구는 단촐했지만 이집 주부의 손길이 야문지 정돈이 잘 되어 있다.이제 가봐야할 것 같아 한국가면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 주소를 적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그 꼬마가 굳이 나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 것은 기념이 될 만한 사진따위가 아니었다.

 

나가려는 나를 잡고 옆에 있던 누나의 아기를 가리키며 함께 쵸콜렛 사먹게 돈 좀 달라는 것이다. ​그나마 누나는 당황하여 말린다. 사주는 하드도 마다하고 집까지 데려갔다는 건 뭔가 계획적이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순수하게만 봤던 아이한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미투나상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객들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이곳은, 온 마을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느낌을 어린 꼬마에서조차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돈을 쥐어주고 얼른 빠져나온다.

 

돌아가는 길에 빈대떡(파라타) 을 사먹었던 식당에서 레몬라씨 두잔을 시키고 물도 한통 산다. 젊은 총각이 있던 아침 나절과는 달리 푸짐하게 배가 나온 아저씨가 일을 하고 있다. 아들 셋, 딸 둘, 다섯 자식의 아버지인 그와 몇마디 나눠보는 중에 우리집 큰애와 그집 큰애의 나이가 비슷하고 결혼시기도 비슷해 나이를 물어보니  나이가 같았다.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동질감은 서로 확 친해지게 만든다.

 

아침에 봤던 두 젊은 남자는 아들들이었던 것이다. 안보이길래 어디갔냐고 물으니 샤워하러갔다고 한다. ​아침장사를 마치고 아버지와 교대하면서 갖는 잠깐의 브레이크타임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2명, 많아야 3명의 자식을 낳는다고 하자, 집도 없이 정글에 살면서 아내가 4명 자식이 40명이나 되는 콘트롤 안되는 어떤 남자의 얘기를 들려준다. 넓은 땅 만큼이나 무수한 사람들이 산재한 인도는 문명의 손길이 못미치는 곳도 많을 것이다. 주인장은 우리 둘이 친구라며 공짜로 짜이 한잔 끓여준다.

그때 손님이 들어와 빈대떡 20장을 주문한다. 바쁜 것 같아 설거지라도 도와주려했으나 개수대가 안보인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물이 담겨 있는 통 2개가 있는데, 그게 설거지 통인 것이다. ​냉장고도 슬쩍 열어보니 내용물이 흘러 넘치는 반죽통이며 야채쪼가리들로 어수선했다. ​식당의 가재도구래야 몇가지 안되는데도 먼지와 뒤섞여 너저분하다. ​몇분만 정리해도 말끔해질 것을 방치를 하는건지 감지를 못하는건지. 

 

오지랖 넓게도 주부근성이 발동된다. 청결에 둔감한 인도인들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더운 날씨탓을 해야하나. 바깥의 도를 지나친 호객행위꾼들과는 다르게 인간미가 있는 주인장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돌아와서 편지라도 보내주기 위해 명함을 얻어왔다. ​레몬라씨가 맛있는 집.

 

밤9시에 지프차가 와서 2시간 가량 비포장도로를 달려 역(마호바역)에 다다른다. 1시 기차라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마호바역에는 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우리와 같은 시간의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인지. 천을 깔고 누운 사람은 그나마 나은데, 그냥 맨바닥에 누운 사람들도 많다. 소는 돌아다니면서 자는사람 곁에 놓인 가방을 뒤지다가 한 대 후려 맞고는 다른 가방을 기웃거리고, ​개는 우리가 들어서자 왠 이방인인가싶어 낮은 소리로 컹컹 짖는다.

 

이사람들 뭐지? 갑자기 인도가 영혼의 나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쇼킹하지만 이젠 낯설지만은 않은,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진다. 우리 눈엔 궁핍해 보일 수 있으나, 그들은 그들의 질서대로 잘 살아간다. 다른 생김새만큼이나 추구하는 삶 또한 각양각색이어야 하는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방통행의 잣대에 맞춰진 판에 박힌 삶을 강요당한다.  물질이 주가 되면 정신은 피폐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도를 찾는 것일 것이다.  기도와 명상이 일상인 영혼의 나라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어서. 마호바역의 그날 밤의 인상이 강하게 각인되었다.

 

1시가 좀 넘자 기차가 도착했다. 다들 지고 들고 뛰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침대기차인데,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돌아가는 한단계 낮은 등급이다. 선풍기바람으로는 기차안의 열기를 식히기에 역부족이라 창문을 열어야 하는데, 모두들 짐작할 것이다. 엄청난 소음의 기차바퀴 돌아가는 소리를. 거기에 드나드는 사람들까지. 다시한번 강조한다. 침대기차에서의 숙면은 포기해야 한다. 

 

 

 

 

 

 

 

 

 

 

 

 

 

 

 

 

 

 

 

 

 

 

라씨를 만들고 있는 인상 좋은 주인아저씨

레몬즙을 많이 넣어달라고 하니 손으로 레몬을 쭉쭉 짠다. 으으으~~

 

 

 

 

 

 

파라타

딱 우리의 빈대떡 비쥬얼이다.

완전 짜~​

 

 

 

 

 

 

 

 

 

 

 

 

 

 

 

 

 

 

 

 

 

 

 

 

 

 

 

 

 

 

 

 

 

 

 

 

 

구르마를 끌고 동네를 다니며 파는 아이스케키 아저씨

 

 

 

 

 

 

 

 

 

 

 

 

 

 

 

 

 

 

 

 

 

 

 

 

 

 

 

 

 

 

 

 

 

 

 

 

 

공동 수돗가에 모여든 동네 아낙들 

 

 

 

 

 

 

 

자기집에 초대한 소년

단촐한 부엌에서 짜이를 끓이고 있다.​

 

 

 

 

 

 

 

 

한지붕 아래에 기거하는 소년의 사촌누나쯤 되는 것 같다. ​인도 여인들은 치장하는 걸 엄청 좋아한다. 

착장할 수 있는 건 다 하는것 같다.  자세히 보면 발가락에도...

 

 

 

 

 

 

 

 

 

 

 

 

 

 

 

 

 

 

 

 

우리가 묵었던 숙소, 호텔 하모니

 

 

 

 

 

 

 

 

해가 저물고,

이제 다시 길을 나서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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