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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인도

바라나시 가트를 걸어보자

 

바라나시Varanasi 둘째날

   

 

어제 인도 맥주를 마실 때 꽤 독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머리가 띵~한 상태로 아침을 맞는다. 나눠 내는 게 젤루 속편한데, 두 선생이 해결한 모양이다.

 

어제의 격렬한 공격, 괜찮냐고 물으니 원체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러려니 한다고 한다.

지난 팀에서 친구 사이인 4명은 여행 끝날 때까지 다른 사람들과는 일체 말한번 안섞고 자기들끼리만 다녔고, 어떤 남자는 있는 자랑을 그렇게 하면서 밥 한번 사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10루피짜리 간식 한번 샀다고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수시로 터질 것이다. 설명을 해주면 너무 참견한다 하고 자유의사에 맡기면 업무태만이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도 난감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두 번째로 맞이하는 팀이라고 하니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노하우도 생길 것이다.

 

오늘은 그녀를 따라 갠지스강변에서 멍때리기로 한다. 모두들 여기만 오면 넋놓길 좋아하니 ‘선재네 멍카페’라는 상호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가트까지 릭샤를 탔는데, 걸어서 20분 거리라 찬찬히 구경하면서 걸어도 좋았을 걸 그랬다.

 

식사로 모나리자에서 김치수제비를 먹었다. 김치가 양배추로 흉내만 낸 것이어서 수제비가 니맛도 내맛도 아니었지만 떠껀함으로 속을 달래본다. 식사를 마치고 엽서를 사서 짜이가게에 자리를 잡고 가족들에게 몇 자 적어본다. 이 먼 곳에서 보내는 딸랑 한 장의 엽서가 과연 무사히 도착할까 의아해하면서 근처의 우체국의 우체통에 넣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도착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고도 한참을 더 있다가 받아본 건 함정. 한달은 걸린 것 같다.

 

어떤 중년의 여인이 세계여행을 하면서 군대에 있는 아들한테 편지를 보냈는데, 그걸 받아든 아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어 나도 군에 있는 아들한테 보내 본다. 나중에 휴가를 나와서 하는 말이 엄마의 용기에 감동받았다며 제대한 후에 본인도 여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들한테 뭔가 자극을 줬다는 점에서 뿌듯.

 

고돌리아사거리에서 강 쪽으로 이동하면 많은 계단이 나오는데, 이를 가트(Ghat)라고 부르며 모든 가트에는 유래와 뜻이 있었다.  대표적인 가트로는 아씨 가트(Assi Ghat), 메인가트라고도 불리우는 다샤스와메드  가트(Dasaswamedh Ghat), 

화장터인 마니까르니까 가트(Manikarnika Ghat)등이 있다.  갠지스강을 현지인들은 강가(Ganga)라고 부른다.

 

가트 중간쯤에 철로 만든 파라솔이 쳐져 있어 그 아래에 신문지를 깔고 자리를 잡는다.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맞고 있다간 일사병에 걸려 바로 졸도할 것이다. 그늘 안은 그래도 견딜만하다. 흠이 아예 자리를 잡고 눕자, 그녀도 덥다며 치렁치렁 달고 다니던 팔찌, 발찌를 벗어 던지고 누워 버린다. 

 

나는 바로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목욕하는 인도인들을 계속 계속 본다. 다들 수건과 비누를 가지고 와서 속옷이며 수건을 야무지게도 빤다. 세탁을 마친 빨래는 자갈밭에 널어 놓고 갠지스에 몸을 담그고 구석구석 정성스레 닦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 주로 노인이 많고 주황색 사리를 입은 사제도 오고, 청년, 아이 할 것 없이 끊임없이 와서 목욕을 하고 간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옛 속고쟁이 같은 속옷을 입는다. 앞뒤만 겨우 가릴 수 있는 끈이 긴 모양새다. 겉옷을 벗고 팬티의 끈을 한번 풀고 커다란 수건을 허리춤에 두르면 팬티가 아래로 떨어진다. 살짝 살짝 중요 부위가 드러나는데도 개의치 않는다. 목욕을 마치고 옷을 다시 입을 때도 기술적으로 입는다. 가린 수건 위에 팬티를 입고 수건을 빼내는 식이다.

 

소도 목욕하고 사람도 목욕하고, 한쪽에서는 온종일 빨래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시체를 태우는데, 그 물로 입을 헹구고 마시는 사람도 있다. 참 신기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시가트에서부터 버닝가트까지 꽤 긴 거리를 천천히 걷는다. 개들도 더위를 식히려고 물에 들어가는데, 재밌는 건 밖으로 나와서 몸을 안턴다. 오랫동안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해 터득한 요령인지.

 

버닝가트에서 타고 있는 시체를 목격했다. 나무가 잘 말라 화력이 강해서인지 냄새는 나지 않는다. 아시가트쪽의 버닝가트에서는 기계로 한번 태우고 2차로 나무로 태운다고 하고 오른쪽의 버닝가트에서는 완전히 나무로만 태운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도 한구의 시체가 운반되어 왔다. 강가에 도착하면 일단 강물을 시체에 뿌리고 쌓아놓은 장작더미에 올려 불을 지핀다. 활활 타는 불속에서 머리와 팔의 형상이 얼핏얼핏 보인다. 한쪽에서는 한 무리가 떠나가는 영혼을 배웅하는 의미인지 신들린 듯 북을 치는데, 그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성난 들개의 눈빛.

 

그곳에도 소나 개들이 돌아다니는데 누구하나 쫓지를 않는다. 충격적인 광경인데도 이것이야말로 인도스럽고 갠지스다운 모습이 아닐까라고 수긍하게 된다.

 

가트마다 주인이 있는데, 버닝가트의 주인은 돈을 쓸어 담는다고 한다. 망자는 평소에 즐겨하던 장신구를 착용한 채 불길에 휩싸이는데, 전소 후에 남겨진 장신구만 수거하더라도 많은 돈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근처에 주인의 집이 있었는데, 집 옥상의 모서리에 자리한 호랑이 동상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10년 전만해도 버닝가트 주변에 여행자 숙소가 많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시체 옮기는 소리로 지금은 반대편의 아시가트쪽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많은 인도인들은 갠지스에서 생을 마감하길 소원한다고 하니 장소는 한정되어 있고 대기자는 줄을 섰으니 그럴 법도 할 것이다. 실제로 갠지스 주변에 노숙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미리부터 올라와서 구걸을 하며 장작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버닝가트 주변의 좁디 좁은 미로와 같은 골목에는 시신 얼굴을 찍은 사진이 붙어있고, 죄다 장례용품과 장작을 파는 가게 천지이다.

 

골목 한켠에서는 커다란 무쇠솥에 카레를 잔뜩 끓이고 있고 처마 밑에 사람들이 주욱 줄지어 앉아 있다. 갠지스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하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인도 기업들이 수입의 얼마간을 그들을 위해 기부한다고 한다. 보통은 환경 정화 차원에서 모여드는 자체를 제재할텐데, 오히려 그들을 위해 먹을 것을 마련한다는 것은 인도가 얼마나 종교와 관습을 중요시하는 나라인지를 엿볼 수 있다.

 

근처 골목에 위치한 한국인이 많이 간다는 ‘시원라씨’집에 들어가 한숨 돌린다. 한쪽에 바나나 한다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알려진 가게치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메뉴판에 파인애플라씨가 있어 주문했더니 그건 또 안된다고 한다. 망고를 주문하자 주인은 그때서야 망고를 사러간다. 

 

앉아 있으면 만드는 과정이 다 보인다. 눈속임 없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게으르게 장사를 한다. 시간은 걸렸지만 얼음에 망고 과육에 석류 알갱이까지 굉장히 정성들여 화려하게 만들어 준다. 처음의 의구심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그게 인도인 것이다. 첫인상으로 많은 걸 판단하면 안되는 곳. 두고 볼수록 심오한 매력이 드러나는 곳. 어제 얻어먹은 것도 있고 해서 계산은 내가.

 

라씨 한잔씩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아날로그 체험을 해보라며 길잡이가 사이클릭샤를 잡는다. 주로 노인들이 두발로 페달을 밟으며 끄는 것인데, 다른 릭샤들보다 자리가 유난히 작아보였는데도 길잡이는 굳이 두명씩 꾸역꾸역 태운다. 딱 보기에도 한명이 앉으면 맞을 자리에 골반 큰 두 여자가 낑겨 앉았으니 말은 못하고 극한 체험이다 싶어 속으로 구시렁거리고 있는데, 뚱뚱한 흠과 함께 앉아 뒤따라오던 역시나 덩치 큰 박사장이 좁아 터져 폭발할 것 같았는지 운전수가 잠시 세워 다른 릭샤꾼에게 길을 물어보는 사이 잽싸게 내리더니 옆에 있던 오토릭샤로 갈아탄다. 추억이 될만한 경험을 해보게 해주려는 마음은 가상하나 지나친 친절은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는...ㅋㅋㅋ

 

숙소에 돌아와 TV를 켜려는데 작동이 안 돼 아래층에서 방정리를 하던 직원을 불렀다. 그랬더니 길잡이가 팁을 준다. 아~ 맞아~ 여긴 우리나라가 아니었지. 뭐든 서비스를 받으면 팁을 줘야하는 외국인 것을 잠시 망각했다. 살짝 미안.

tv는 발리우드답게 노래하며 춤추는 프로 일색이다.

 

 

 

 

 

 

 

줄창 빨래만 하는 사람들

 

 

 

 

 

주변 숙소의 빨래를 받아다가 세탁을 한다는데,

지난밤 내가 누웠던 침대의 시트도 저기에 있을지 모르겠다.  

 

 

 

 

 

 

인도커피 마시면서 가족들에게 몇 자 끄적여 본다.

어디에서나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로 수시로 안부를 전할 수 있어 그닥 효용이 있지는 않지만...

옛 갬성으로다가... 

 

 

 

 

 

우체국이 있고 우체통이 있다.

길잡이는 소소한 즐길거리를 잘 알려준다.

 

 

 

 

 

 

한국인들 많이 오나봐요.

 

 

 

 

 

 

여기서는 갠지스를 '강가(Ganga)'라고도 한다.

강가를 따라 쭈~욱 연결된 가트.

끝에서 끝까지 걷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소들이 물속에 몸을 담근 채 꼼짝을 안한다.

 

 

 

 

 

 

개도 저 상태로 가만히 있는다.

 

 

 

 

 

 

한뼘 그늘이라도 더위를 식힐 수 있다면야...

 

 

 

 

 

 

 

 

 

 

 

갠지스를 찾은 구도자

포스가 느껴진다.

 

 

 

 

 

갠지스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

목욕을 한다기 보다 의식을 치르는듯 하다.

 

 

 

 

 

 

 

 

 

 

 

 

꼬마들을 상대로 수영강습을 한다.

실내수영장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갠지스에서 목격한다.

멀찌감치에서 엄마들이 지켜보고 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열정은 인도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 ㅋㅋ

 

 

 

 

 

 

 

 

 

 

 

 

남다른 포스의 구도자.

많은 사람들이 축복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

 

 

 

 

 

 

외국인들만 보트투어를 하는게 아니고 인도인들도 배를 타고 갠지스를  순례한다.

 

 

 

 

 

씹는 담배.

많은 인도인들이 늘상 저것을 우물거리다가 벌건 물을 뱉어내, 거리를 더럽힌다  으으으~~~

또한 방(bang)이라 불리는 환각 약초가 들어간 음료가 있는데, 스페셜 라씨, 스페셜 짜이등의 단어가 붙는다.

호기심에서 혹은 모르고 섭취했다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원라씨'의 화려한 데코레이션 !!

모든 과일의 손질은 ?

칼?  no no  !!

가위?  no no  !!

위생장갑?  no no !!

그냥 꼬질꼬질 때 낀 손으로 해야 제 맛 ㅠㅠ

이젠 뭐 그냥 포기하고 구경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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