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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터키

셀축오토가르에서 다시 이스탄불행 야간버스를 타다.

 

 

성 요한 교회와 이자 베이 사원을 둘러 보고 다시 오토가르로 돌아오는 길. 숙소가 몰려있는 곳에 두개의 현금인출기가 눈에 띈다. 마침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젊은 여자가 돈을 찾고 있었다. 그녀가 볼일을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잽싸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의 친절한 설명 덕에 드뎌 현금을 손에 넣게 되었다. 저녁 찬거리를 사기위해 오토가르의 재래시장으로 가는 중이라고 한다. 일나간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이 흐뭇하다. 

 

 

 

 

 

 

저 야채의 정체는?

 

나중에 찾아보니 아티초크였어요.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 채소는 여러해살이 엉겅퀴류로 지중해 부근의 남유럽이 기원이며 1.4~2m까지 성장해요.

 

유럽에서는 '귀족의 채소'라는 별명이 있는데,  꽃의 봉오리 부분이 우아한 형태를 지녔기도 하고, 전체의 10% 남짓한 부분인 꽃봉오리속 심지를 먹기 위해 수고로운 손질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유럽에서 아티초크를 식용으로 사용한 역사는 꽤 길어서 고대 로마인이 별미로 즐겼다고 전해져요.

 

아티초크를 한 입 먹고 나서 다른 음식을 먹으면 단맛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데, 이는 '시나린'이라는 성분 때문에 그렇다고 해요. 아티초크를 익히면 떫은 맛은 사라지고 부드러운 죽순 같은 식감에 감자나 무같은 담백하고 옅은 단맛을 내요.

 

 

 

 

 

 

체리 체리~~ 

한국에서는 비싸서 그림의 떡이었는데 거의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사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맛보라며 건네준 딸기는 먹음직스러운 붉은색에 비해 신맛이 강했다. 딸기는 역시 우리나라 하우스산이 최고. 당도면에서 따라올 자가 없을 것이다.

 

 

 

 

 

 

 

 

 

 

 

 

다양한 고추 종류.

가늘면서 기다란 고추도 있다.

 

 

 

 

 

 

시장은 역시 와글와글 사람사는 냄새가 나서 정감이 있다.

 

 

 

 

 

 

우리의 재래시장과 많이 비슷하다.

 

 

 

 

 

 

잘 익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잘라놓은 토마토의 단면이 예술이다.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바로 완숙된 비쥬얼로서 저거야말로 진정한 토마토라고 할 수 있다.

서양요리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이유가 수긍이 가는 신선함이 아닐 수 없다.

 

 

 

 

 

 

 

 

 

 

정육점

 

 

 

 

 

앙증맞은 이층 주전자는 차를(홍차) 우려내기 위한 도구.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답게 카펫도 다양하다.

 

 

 

 

 

곡류

 

 

 

 

 

왕오디를 저만큼 샀는데, 가격이 아주 저렴했다.

크기도 커서 과즙이 입안 가득, 아주 그냥 먹는 맛이 난다.

 

 

 

 

 

 

 

토마토와 체리도 샀다. 비싸서 제대로 사먹지 못했던 체리, 저렴한 가격에 원없이 추릅추릅! 토마토도 비쥬얼만큼이나 제대로 농익었다. 계속 돌아다녀야하니 뭘 사도 소량만 사야한다. 상인들한테 좀 미안하기는 하다.

 

시장구경을 마치고 구입한 과일을 맛보기 위해 근처의 공원으로 갔다. 공원은 사원과 이어져 있어서 시장을 보다가 다리가 아프면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장소 같았다.

 

한 무리의 가족이 오더니 내가 앉은 옆 벤치에 앉는다. 할머니, 두명의 중년여자, 젊은 여자, 아이 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짐작이 안간다. 젊은 여자는 시장에서 샀는지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내가 예쁘다고 하자 사고싶냐고 되묻는다. 그때부터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본인이 맘에 들어서 산걸 왜 도로 팔려고 하는건지.

 

두 여자 중 몸집이 풍만한 여자는 걸걸한 성격의 동네 마당발같은 느낌이다. 계속 눈길을 주고 받으며 웃다가 과일을 권하며 이야기를 나눠 본다. 그러다가 차시간이 되어 일어나면서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모아 입에 갖다 대는 것이 아닌가. 애들이 배고프다며 돈을 좀 달라는 것이다. 순간 아차싶었다. 당황하여 주머니에 있던 1.5TL 동전 2개를 주었더니, 탐탁찮아 한다. 

 

모습을 봐도 여유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진 몇 컷 찍게 해주고는 돈을 요구하는게 당황스럽고 불쾌해 더이상 인심 쓸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착한 터키인들만 봐 와서인지 그들의 행동이 더 당황스러웠다.

 

 

 

 

 

 

 

 

 

 

 

시장 근처 공원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쉬기도 한다.

 

 

 

 

 

 

저물어가는 셀축의 오토가르

 

 

 

 

 

 

이스탄불행 야간버스를 예매한 '카밀콕'버스회사. 광장너머로 식당이 많다. 저녁 먹을 시간은 충분했으나 다리도 아프고 혼자 먹기도 내키지 않아 매표소 앞에서 서성인다. 카밀콕의 인심좋은 저 아저씨! 앉으라며 의자도 내어주고 종이컵에 담긴 물에 휘휘 헹군 체리도 먹으라며 준다. 엉엉~ 작은거에 잘 감동한다~

 

 

 

 

 

 

지친 다리를 쉬게 해 준 의자

 

 

 

 

 

 

기둥옆에 짐이 한두개씩 모이기 시작한다

저곳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 버스를 타려고 하나둘씩 여행객들이 모여드는데 다들 사무실 앞에 가방을 내려놓고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그 중에는 세명의 중년 미국여자들 베낭도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내베낭과 아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 베낭주인이 갑자기 내 베낭을 질질 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나도 당황하여 쫓아가면서 다급하게 'it's mine' 이라고 외쳤더니 그때서야 뒤바뀐걸 알아차리고는 미안하다며 돌려준다. 우리 모두 깔깔거리고 웃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에 친구들끼리 여행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버스에서 내 앞자리에 앉은 그녀들, 잠을 설칠때마다 머리에 두른 헤드렌턴의 불을 밝혀 아이패드에 다운 받아온 글을 읽는다. 헤드렌턴이 밤길을 밝히는 용도 외에 야간 독서용으로도 훌륭하다는걸 그녀들을 보고 알았다. 서양인들의 그러한 모습에서 서구 문명이 왜 앞질러 갈 수 있었는지를 얼핏 느낄 수 있다.

 

 

 

 

 

 

 

셀축의 오토가르에는 에페소로 향하는 수많은 여행객들을 실어나르는 위한 귀여운 돌무쉬가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여행이란 즐거우면서 외로운 여정이다.